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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원작이 아니었다면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국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한 ‘정년이’, 디즈니플러스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무빙’과 기대작 ‘조명가게’, 한국형 크리처 장르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스위트홈’.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 않는 드라마가 오히려 주목받을 정도로 웹툰 원작 드라마는 꾸준히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풍부한 상상력과 견고한 팬덤을 가져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웹툰 원작 드라마가 자주 등장하는 만큼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 위례 자이 다. 소재 고갈에 맞닥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권미경 스튜디오엔(N) 대표가 내다보는 미래는 조금 다르다. 그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의 스튜디오엔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웹툰은 잘 성장하고 있다”며 “(웹툰의 드라마화) 초창기에는 학원물 위주였다면 현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웹툰도 있고, 주인공 중소기업 진흥 공단 충남 지역 본부 의 나이대나 장르가 다양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웹툰이 다양해지는 만큼 웹툰 원작 드라마도 풍족해지고 입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충분히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양성이 있는 한 나아갈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정년이’. tvN 제 조건만 공
스튜디오엔은 네이버 웹툰의 자회사로, 네이버의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영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주목받기 시작한 2018년 설립돼 현재까지 ‘알고 있지만’ ‘닭강정’ ‘여신강림’ ‘유미의 세포들’ ‘스위트홈’ ‘금수저’ ‘정년이’ 등 다수의 웹툰 원작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권 우리은행마이너스통장이율 대표는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일하며 투자와 마케팅, 배급을 총괄하다가 스튜디오엔의 설립과 함께 웹툰 아이피(IP·지식재산권) 사업의 선두에 섰다.
실제로 국극(여성이 모든 배역을 맡아 소리·무용·연기까지 선보이는 종합공연예술)을 다룬 ‘정년이’부터 닭강정이 된 딸을 사람으로 되돌리려는 아빠의 영세사업자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설정의 코미디 드라마 ‘닭강정’까지, 웹툰 원작 드라마의 지평은 넓어져왔다. 그 소재는 더욱 새로워지고 있다. 인기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재혼 황후’도 드라마화가 확정돼 내년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한국 배우와 제작진이 어떻게 구현할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권 대표는 “센세이셔널하게 나올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스위트홈’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다채로움을 확보하기 위해 권 대표는 담당 웹툰 피디(PD)의 안목을 최대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선한 웹툰을 만드는 것은 작가의 몫이지만 이를 알아보고 영상화하는 것은 웹툰 피디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콘텐츠는 개인의 소비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며 “드라마화를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피디가 얼마나 이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의지가 중요하다”며 “개발을 하는 데 짧게는 3년, 길게는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끌고 가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에 대해서 논의하는 회의에서 전원이 반대해도 담당 피디가 ‘슈퍼패스’를 쓰면 ‘고’(go) 하는 제도가 있다”며 “‘닭강정’도 슈퍼패스를 통해 탄생한 드라마”라고 전했다.
권 대표는 스튜디오엔의 흥행작 ‘정년이’ 제작에 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프로젝트의 중심에 배우 김태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태리 배우였다”며 “‘태리 배우가 원작을 재미있게 봤고 주연과 작품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해볼 의향 없냐’고 했다. 태리 배우가 없었다면 시작을 못 하지 않았을까”라고 돌아봤다. 여성 국극이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는데다 1950년대를 구현한 드라마가 흔치 않았고, 무엇보다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드라마화하는 것이라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중간에 ‘남자를 넣으라’는 피드백도 받는 등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분명 쉽지 않았다”며 “방영 플랫폼에서도 여성들만의 시대극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웹툰이 기초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베팅’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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