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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서부 작은 시골 빌라페로사는 평화롭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자매처럼 지내는 여자가 넷. 농사일엔 큰 관심 없고 아내들 부려먹는데만 이골이 난 남편들은 다 같이 축구 보러 도시로 떠났다. 여자들은 오랜만에 왕언니 ‘소피아’(박선옥·황정민·정영주) 집에 모여 왁자지껄 즐거운 수다를 시작할 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안절부절못 핸드폰요금10만원 하던 막내 ‘지나’(김슬기·박지예)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남자들 다 죽었어요!” 당장 내일은 정부에서 보낸 보험 심사원이 남편들의 단체 생명보험 가입 심사를 하러 오는 날인데…. 이대로 빈털터리가 돼 주저앉을 수는 없다. 여자들은 각자의 남편으로 남장(男裝)을 하고 보험 심사원을 속이기로 결심한다. “우리가 내일 할 일은?” 소피아의 말에 여자 대학생대출한도 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친다. “남자가 된다!” “우린 이제부터 뭐라고?” “과부다!!” 포복절도 박장대소, 대소동극이 펼쳐진다.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꽃의 비밀’을 보러 갈 때 여분의 배꼽 준비는 필수다. 쉴 틈 없이 웃느라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연극과 영화를 종횡무진해온 ‘코미디 마스터’ 장진 감 새마을금고 예금이율 독의 대학로 복귀작. 400석 규모 작은 극장인데도 공연 예술 통합 전산망 집계에서 지난달 연극 부문 1위에 올랐고, 객석 점유율도 90%를 기록 중이다. 이번에 공연 10주년을 맞는 동안 전국 11곳 투어 공연으로 만난 관객 수가 10만명을 훌쩍 넘겼으니 ‘웃음 검증’은 이미 끝난 셈. 젠체하지 않는 장진 특유의 푸근한 일상 언어에 친한 친구들끼리 주고받 생활비대출 이자 을 만한 살짝 야한 농담들까지 섞어 가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말은 좀 험해도 정 넘치고 음식 솜씨 끝내주는 골목대장 같은 ‘소피아’ 역은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배우들. 자칫 너무 가벼워지기 쉬운 극의 중심을 소피아가 잡아주면, 늘 취해 있는 술고래 ‘자스민’(장영남·이엘·조연진)이 온몸 내던져 망가지며 가장 큰 웃음을 담 계산해주세요 영어 당한다. 주정뱅이처럼 볼이 빨간 자스민이 반쯤 혀가 말린 소리로 툭툭 뼈 있는 ‘19금 드립’을 던지면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토린 예술대 졸업 연극 주인공이었던 ‘모니카’(이연희·안소희·공승연)는 남장을 해도 이성을 홀리는 매력 덩어리라 웃음에 웃음을 더한다. 드라마나 영화로 익숙하나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지만, 처음 남장을 해 본 여자들이라는 설정 덕에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녹아든다.
과장된 연기나 억지스러운 슬랩스틱 없이도 대사와 상황의 재치, 배우들의 ‘찰떡 호흡’으로 관객을 웃기는 괴력은 이 연극의 가장 큰 미덕이다. “세상에 어느 부부가 서로 전화를 하냐” “불쌍해, 같은 집에 사는 남자를 사랑하다니” 같은 기혼자 어른들의 농담도 주옥같다.
극이 진행되며 각자 숨겨왔거나 서로 모른 체했던 아픈 상처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히게 된다. 근래 대학로에 이만큼 웃음과 눈물을 한 바구니에 가득 담아낸 풍성한 연극은 없었다. 공연은 5월 11일까지, 5만5000~7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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