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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사옥 전경. [롯데카드 제공]
금융권에 잠재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올해도 인수합병(M&A) 시장 위축으로 '적체 현상'이 지속할 전망이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물가·고환율 등 변동성이 커지며 대내외 잠재 리스크가 변수로 부상했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메리츠금융, OK금융과 함께 금융당국 승인을 기다리는 우리금융의 경우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한국토지주택공사홈페이지 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상상인저축은행, MG손해보험 등이다. 지난 2년여간 고금리 시기에 대내외 경기 리스크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겹치며 성사된 건은 사실상 전무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후로 재도전에 나선 곳이 등장했다.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 새마을금고햇살론대출자격 BK파트너스는 지난해 2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면서 관심이 있는 금융지주사 등을 물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카드 지분은 MBK파트너스(59.83%), 우리은행 및 롯데쇼핑이 각각 20%씩 보유 중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9년 5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 공동사업자 자본의 분리)' 제도에 MBK 측에 롯데카드를 팔았다. MBK 측은 컨소시엄(우리은행·롯데쇼핑)을 꾸려 약 1조3800억원(지분 79.83%)에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롯데카드 매각은 지난 2022년 이후 두 번째 시도로, 이번에도 매각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앞선 매각 추진 당시 최대 3조원 이상의 몸값을 내세우며 무산된 바 있다.
디딤돌대출 인하 롯데카드는 결제 시장 점유율을 약 10% 확보한 업계 5위로, 회원 수 역시 950만명 이상을 보유한 안정적인 중형급 카드사다. 인수 후보자로 KB·하나·우리금융 등이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2조원 이상의 높은 매각가가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후보 금융지주사는 M&A 포트폴리오 우선 순위에 밀리거나, 인수 후 시너지 창출 효과가 크게 없다 일반대출금리 는 점 등을 내세워 롯데카드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롯데카드는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로카모빌리티에 이어 보유한 자회사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을 분리 매각하는 수순도 예상된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롯데카드와 같이 사모펀드에 팔린 이후, 시장 기대 이상의 높은 매각가로 난항이 예상되는 곳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이후 '고무줄 회계' 논란이 있는 곳 중 하나로, 대체투자 등 부실한 수익 구조와 함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 파트너스는 우리금융이 최대 3조원대 가격 부담으로 인수를 포기한 이후에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잠재 매물 중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OK금융은 대부업에서 철수 의사를 밝히며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섰다. OK금융은 실사를 마친 후 최종 인수를 검토 중이다. 향후 상상인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OK저축은행과 합칠 경우, 자산 규모 1위로 올라서는 등 인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막판 인수 절차에서 걸림돌로 답보인 곳도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지만, MG손보 노조 측의 고용 승계 우려 등으로 아직까지 실사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메리츠화재가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의 인수를 희망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화재 측은 "주주 이익을 우선해 완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조로, MG손보 고객이 피해를 입는 청산 수순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우리금융도 고민이 크다.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지분 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이 장고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논란이 불거지며, 고강도 정기검사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내부통제 평가 항목 등 기준을 충족할 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사들이 불확실성에 따른 '생존 경영'을 앞세우며 내실 경영에 우선할 것"이라며 "M&A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잠재 매물이 쌓이는 만큼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