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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경남 하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생하신 어머니는 힘들게 모은 적금을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 등 평생 나눔을 실천해오셨어요. 어머니 이름을 딴 장학회까지 설립됐는데, 제가 후원회장으로 그 뜻을 잇고 있습니다.”
18일 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오선(63) 씨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고 이옥기 씨를 기억하고자 1000만 원을 모친 이름을 딴 ‘천년사랑 이옥기 장학회’에 지도교수 추모 기부했다.
이옥기 씨는 생전 험한 농사일을 하고 끼니를 걸러가면서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딸은 모친 이름으로 꾸려진 장학재단의 후원회장을 맡아 시니어 클럽, 장학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이 씨는 “2007년 어머니께서 경남 하동요양원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모은 돈 2 검도 00만 원을 기부하시니 경남복지재단에서 장학회를 만들어주셨다”며 “생전 장학금 전달식에 매번 꼭 참석해, 후원을 받은 학생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씨가 기억하는 모친은 107세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좀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살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베푸는 삶을 전통시장 활성화 살아왔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살면서도 기부를 위한 예·적금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씨는 “늘 고생만 하고 평생 외롭게 사신 어머니를 보며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주변 이웃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저의 강한 생활력과 좌절하지 않는 끈기, 지구력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담보신탁 어머니의 끈기를 이어받아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 표면처리 전문 강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씨는 지역 내에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21년부터 ‘천년사랑 이옥기 장학회’의 후원회장을 맡아 매년 장학회에 1000만 원을 후원하고 매년 8월 장학금 전달식을 개최하고 있다. 장학회는 올해까지 개인 77명, 단체 4곳 등에 총 7700만 인성저축은행 행복론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유산 중 가장 값진 건 ‘나눔’의 가치를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기부를 생활화하며 행복해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일상 속 나눔으로 행복해지겠다’는 가치관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이 씨는 재단에서 어르신들의 유치원으로 운영하는 ‘기억 학교’에 버스를 기부하는 등 기명으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세상 몰래 기부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기명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 문화의 선순환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분명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이 소식을 들으시면 환한 미소를 보이실 것 같다”고 했다.
초록우산 부산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지역 내 취약 계층 아동의 복지 개선에 관심이 많다. 지역 내 아동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어른들이 사회적 토양을 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본인 역시 하동 산골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어머니를 비롯한 학교 담임선생님, 주변 이웃들의 응원으로 성장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초록우산 아이 리더’ 학생들과 일본 도쿄(東京)로 체험활동을 다녀왔는데, 성장기 아이들이 받은 상처들을 보살펴주며 과거 어릴 적 제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아이들 마음속에 맺힌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주면서 멘토로서 제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귀한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2018년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후원자로 등재되는 등 지역 사회 내에서 ‘나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나눔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삶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나눔 정신을 제 자식에게도 물려줬다”며 “제 딸도 주변 노인복지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기쁨이 충전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추모 기부 문화가 “고인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미래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며 “고인의 뜻을 이어갈 다양한 기부 방법이 있다는 걸 나이가 많은 분부터 우리 딸 세대까지 모두가 알게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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