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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좋은 하루. 비록 한파가 몰아치지만 밥퍼에 오면 훈훈하죠? 기도하고 밥 먹겠습니다.”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선 최일도 목사의 ‘진지기도’가 끝나자 털모자·패딩으로 무장한 130여명 어르신의 식사가 시작됐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경기 성남시 모란역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왔다는 이아무개(75) 바로크레디트 할머니는 “갈 데가 없어. 서울 다른 곳에 밥 먹으러 가면 내가 제일 꼴등으로 도착해. 청량리 밥퍼에서만 밥을 줘. 밥퍼 정말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날의 메뉴는 흰 쌀밥에 시래기 된장국, 제육볶음, 김치, 해파리 식초 무침. 이 평범한 식단은 누군가에겐 불편한 거동으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야만 챙길 수 있는 소중한 ‘끼니’다. 홑몸 현대차할부금 노인과 노숙인들에게 ‘일상의 한끼’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 최 목사가 밥퍼를 설립하고 37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 밥퍼가 2021년부터 서울 동대문구청의 철거명령과 3억원에 가까운 이행강제금 처분을 받고 위기에 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밥퍼는 2021년 노후하고 식 금융시장규모 재료 보관 장소도 협소했던 건물의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가 서울시로부터 별안간 고발당했다.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시 공유재산에 무단 증축을 했다는 이유였다. 유덕열 당시 동대문구청장과 수차례 증축 협의를 마쳤던 최 목사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의 밥퍼 고발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에 오세훈 서 자동차 캐피탈 이자 울시장은 최 목사와 만나 증축 건물의 기부채납(소유권을 국가 등에 무상으로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토지사용허가를 내주는 데 합의했고, 동대문구청도 건축을 허가했다. 문제는 해결된 듯 보였다.
밥퍼가 다시 위기를 맞은 건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새로 취임한 2022년 7월부터였다. 동대문구청은 밥퍼에 철거명령이 포함된 두 차례의 시정명령을 내 무료개인파산자격 렸다. 밥퍼가 받은 건축허가는 기존 건물의 ‘철거 후 신축’이라고 명시돼 있어, 진행하고 있는 증축이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2022년 인근 초등학교 앞에서 50대 남성이 초등학생 2명을 이유 없이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 남성이 밥퍼에 들른 사람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개발 붐을 탄 이 동네의 집값이 밥퍼 때문에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불만도 ‘탄압’의 이유가 됐다. 밥퍼 쪽이 서울시 허가를 근거로 동대문구청의 철거명령을 거부하자 2억8300만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했다.
문제는 밥퍼 건물이 서울시와 동대문구청의 행정 미비로 건축물대장에 올라가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이었다는 점이었다. 기부채납 등록 과정에서 무허가 건축엔 증축이 불가하단 문제점이 발견되자 서울시가 임의로 건축허가를 내며 ‘증축’ 대신 ‘신축’으로 표기했고, 동대문구청은 밥퍼의 증축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밥퍼 쪽은 지난해 1월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시정명령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 2일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전 대기하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밥퍼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무료 변론을 자처했다. 최 목사는 “법무법인에서도 ‘꼭 이긴다고 장담은 못 한다’고 하더라”며 불확실했던 소송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서울시와 동대문구청과는 구두로 ‘증축’에 합의했지만 이를 확인할 만한 기록을 발견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밥퍼를 운영하고 있는 다일공동체재단 직원들의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1월 ‘서울시장과 최 목사가 증축에 대해 합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해 협의했다’는 내용의 서울시 보도자료를 찾아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밥퍼는 승소했다. 재판부는 “증축하려 할 때, 건축행정청인 동대문구청은 원고에게 특별한 신고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동대문구청은 밥퍼에게 이 견해표명에 반하는 시정명령을 함으로써 밥퍼는 신규시설을 철거해야만 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불이익을 밥퍼가 전적으로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예상치 못한 승소 소식에 최 목사는 밥퍼를 이용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동네 주민들 역시 승소 소식을 듣고 최 목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줬다. ‘밥퍼 건물철거 반대 및 양성화 지지 서명운동’에 1년도 안 돼 8천명이 넘는 동대문구 주민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주말마다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밥퍼에 봉사활동을 오며 응원의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동대문구 주민들에게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승소 판결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성탄 전야, 동대문구청은 항소를 제기했고 증축 공사는 중단됐다. 1층 화장실 공사도 덩달아 멈춰, 밥퍼는 매달 70만원을 들여 건물 밖 임시 화장실을 빌렸다. 임시 화장실 계단이 높아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는 경우 이용이 어려워, 국물 마시기를 꺼리는 어르신도 있다고 한다. 식자재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공사 중단으로 인해 창문이 없는 상태다. 냉난방 시설의 추가 설치도 중단돼 혹한기·혹서기 대비도 걱정이다.
하지만 “밥이 답입니다. 밥이 평화입니다”를 항상 말해 온 최 목사는 소송 상대방인 동대문구청장에게도 밥 한 끼 나누고 싶단다. “부부 형제간에 싸워도 화해는 밥상에 앉아서 밥 먹으면서 하는 것입니다. 다 밥 먹고 살자는 것 아닙니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민관이 함께 뜻과 정성을 모으고 화합해야죠.”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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