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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AfD 및 극우파 반대 집회에 모인 사람들. [연합뉴스]
최근 독일에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일이 확정됐습니다. 자유민주당(FDP)의 탈퇴로 이른바 ‘신호등’ 연립정부가 붕괴되는 등 정치적 불안 확산에 따른 것입니다.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은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게도 밀리고 있습니다. 여당과 연립중인 녹색당 역시 의석수 급감이 확실시되는 등 두 정당은 선거 참패 최소화에 급급한 형국입니다. FDP 역 크레딧포유 회원가입 시 상당한 의석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로써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던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후계를 자처하던 올라프 숄츠정권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기관차’ 독일은 오랫동안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다른지역의 많은 나라들로부터 참고해야 할 롤모델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올려온 경기 남양주시 독일의 신화가 불과 수년새 크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역시 경기침체 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독일의 실질 GDP는 여전히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에 머무는 등 수년째 거의 성장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독일이 이미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라인강의 기적’으로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이자 빛나던 독일 경제가 어쩌다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것일까요. 독일이 갖는 유로존에서의 존재감을 고려하면 경기침체가 더 장기화될 경우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게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러-우 전쟁, 생성형 AI 등장 예측 못한채 탈원 대한주택보증 채용 전...獨기업들 ‘핀치’
지난해 11월 시위 중인 폭스바겐 노조. [사진=EPA연합뉴스]
독일의 경기 침체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복합적 요인들에 의한 개인회생전문변호사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에너지 문제를 중요 요인중 하나로 꼽지 않을수 없습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전세계적 전력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예컨데, 챗 GPT의 경우 응답 1회에 소비되는 전력량이 구글 검색의 약 10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벌 IT 컨설팅 회사 가트너는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최대 160%까지 늘면서 2027년까지 현존하는 AI 데이터센터 40%가 전력 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현재 독일의 자동차 산업용평균 전력 요금은 1메가와트시당 190유로(약 29만원)에 달합니다. 러-우 전쟁 발발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된 직후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국의 약 3배에 중국의 2배가 넘는 상황입니다.
독일의 에너지 비용이 유독 높게 고착화되고 있는건 전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동안 독일정부는 탈원전과 탈탄소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와 가스 화력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데다, 기반시설 확대 속도도 느려 이것만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부담스런 에너지 비용은 가계는 물론 기업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들은 독일 내 생산을 계속하려면 막대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 독일 제조업 기반의 급속한 약화와 산업 공동화 우려 입니다.
독일 자동차의 상징 폭스바겐의 경우, 최근 창사 이래 처음 독일내 10개 공장중 3곳 이상을 폐쇄하기로 했다가 노조의 반발에 극적으로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 3만5000개 일자리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독일 100대 기업중 30여개가 본부를 두고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국가 GDP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최대 산업 중심지 입니다. 화학이 중심인 최대 공업지대 루르(Ruhr)공업지대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한국 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는 곳입니다. 비용문제로 이곳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진행되면 독일 서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적어도 독일 제조기업 대다수는 러-우 전쟁, 생성형 AI의 확산 등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현실적 고민과 대책 없이 탈원전을 단행한 정부를 원망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탈원전 완성” 선언했지만...獨, 이웃나라서 원전 전력 수입 늘려
에너지 문제는 독일이 이웃나라이자 EU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프랑스와 지속적으로 갈등해온 사안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현재 독일은 프랑스로부터 전력 공급이 없으면 메르세데스, BMW 등이 몰려 있는 독일 남부 공업지대 가동을 중단해야할 판입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북부지역의 풍력으로 인한 것이 많지만, 현재 이것만으로 남부 전력 수요량을 충족할 순 없습니다. 아직 북에서 남으로 송전할 기반 시설 등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현재 100억 유로를 투입해 총 연장길이 1만 3700km의 남북 송전선을 건설 중입니다. 하지만 완공 예정시점은 2028년 입니다. 적어도 그 때까지 독일 남부는 프랑스 원전에 크게 의존할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독일 정부는 전력수요의 70%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원전 강국’ 프랑스로부터 전력 수입과 비중을 늘려왔습니다. 2년전 “탈원전을 완성했다”고 선언했지만 이웃나라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꾸준히 높여온 것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스웨덴 정부는 독일을 비판하며 조건부로 전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독일이 탈원전 정책으로 부족한 전력을 메꾸기위해 과도하게 전기를 수입해 스웨덴 등 유럽 전력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에바 부시 스웨덴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독일의 전력가격이 높은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을 결정하고 EU차원의 원전 지원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獨, 내달 총선 이후 탈원전 수정노선 나올까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왼쪽)와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내달 23일 총선을 한달여 앞둔 현재 독일의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중도 보수성향인 제1야당 기독민주연합(CDU)대표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 입니다.
메르켈 전 총리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이기도 한 그는 원전 재가동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내달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Union)으로 정권이 교체 된다면 독일에서도 탈원전 노선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Union이 폐쇄 원전의 재가동 가능성을 평가하자는 제안을 내놓는 등 독일내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독일의 원전 복귀 논의 소식이 전해지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합리적”이라고 옹호했습니다. 국제에너지컨설팅사 래디언트 그룹에 따르면 현재 독일은 기술적으로 8기의 원전을 즉시 재가동할 수 있고 5기는 9~12개월 내 재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원전 재가동이 쉽지는 않을것으로 보입니다. SPD와 녹색당 등 현 여당 정치인들의 탈원전 고수 의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번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 하는 데에는 기술적 점검과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원전을 운영했던 대형 전력 회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독일에서는 대형 전력사 3곳이 원전을 운영했는데, 이들 3개사는 정부의 뜻에 따라 10년 이상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원전을 진행했습니다. 때문에 Union이 정권 탈환후 원전 재가동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이들로서는 당장 호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방치될 경우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산업 공동화가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숄츠 정부의 책임이 무겁지만 사실 숄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건 16년간이나 재임했던 메르켈 전 총리였기에 숄츠 총리만을 탓 할 수도 없습니다. 독일의 상황은 앞서 수십년간 있었던 정치적 선택들이 축적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만약 독일이 원전 재가동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은 떨어지고 비용과 손실은 불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러-우 전쟁 전 독일국민들의 탈원전 지지율은 65%였지만, 이후에는 20%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日, 이미 ‘탈원전 폐기’ 수순...원전 의존 저감→최대한 활용
13년만에 재가동될 예정인 일본의 오나가와 원전 모습.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자체의 기술적 결함이 아닌 재해 관리 및 현장 대응 미스로 인해 발생했다. [교도 연합뉴스]
일본의 경우 최근 에너지 정책에 있어 큰 방향 전환이 예고됐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래 줄곧 유지해 온 원전 의존 저감 정책을 버리고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지난달 일본 경산성은 3년 만에 개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원전 관련 “가능한 한 의존도를 저감한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최대한 활용한다”고 명기했습니다. 일본은 새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2040년도 전력 공급원 구성 비율 목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재생가능에너지가 40∼50%, 화력발전 30∼40%, 그리고 원전이 20%로 정해졌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원전 비율인 30% 보다는 낮지만,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원전도 주 에너지원으로 병행해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생성형 AI 보급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새 기본계획은 2011년 이후 정지 중이던 원전의 재가동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량형 원전인 ‘차세대 혁신로’로 재건축하는 방침도 포함했습니다. 또 원전 폐로를 결정했을 경우 전력회사가 보유한 다른 원전 부지 내에서 재건축하는 것도 인정할 방침입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노후화한 원전을 폐쇄해도 원전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 입니다.
암초 만난 한국 원전 부활 로드맵....도로 ‘탈원전’ 퇴보하나
[그래픽=매경DB]
한편, 최근 한국정부는 신규 원전 4기 건설계획 중 1기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생에너지는 확대하고 원전 보급 계획은 축소하는 ‘11차 전기본 조정안’을 마련해 국회와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정부가 마련한 조정안에는 2038년 대형 원전 1기 건설계획을 유보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초 정부는 2038년까지 대형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1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습니다. 원전 1기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정부는 태양광 발전량을 확대해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같은 조정은 야당의 반대로 인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당초 전문가들의 숙의와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 전력수급 계획이 만들어진 만큼,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마쳐야 했던 국회 보고가 원전에 대한 야당의 반대로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 닥치자 한발 물러났습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이 에너지 주권을 확립하고 AI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육성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만 뒷걸음질 칠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현재 94개의 원전을 돌리고 있는 세계 최대 원전 운영국 미국은 올해 가동 40년이 넘는 원전 비율을 지난해 보다 7기 늘리는 등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 장기운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청정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해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역시 공약을 통해 기존 원전 이용 확대 및 선진 원자로 개발 등을 약속한 상태 입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매일경제에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정책은 대부분 나라에서 실패를 겪고 있다” 며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에너지 확보와 안보 중심으로 가는데 우리만 역행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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